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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자린고비.. 부자의진심

일 년 중 아침 공기가 감사한 요즘 

지나가고 있는 올여름이 떠오른다.

 

올여름은 끔직하게 더웠다.

망할 놈의 코로나가 한몫을 톡톡히 한탓에 올여름은 최악이었지 싶다.

해질력 창문만 열어도,

드라이기 바람을 입에 물고 있는 듯한 더운 공기는

가히 무기에 가까웠다.

참을성이 없다며 이시대를 흉보던 울 엄마가 에어컨을 켜야 밤잠을 잘 수 있었다 하니

진심 지구가 열 받은 건 확실하다.

사실 정말 미치겠는 건

당장의 고통을 피해 하루 종일 시원함을 갈구한 댓가는 

다음 달 청구서로 되갚아야 했다. 

 

자린고비

출처-박요한 일러스트

 

인색한 사람의 절약 행위를 과장한 설화다.

이야기는 지역마다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본질은 사소한 것들을 극단적으로 아끼는 인물의 특성 외에도 

부자가 되는 방법이나 부자가 된 뒤의 선행을 중심으로 전승된다.

 

요즘은 이야기의 본질과는 영 거리가 먼 인정사정없는 구두쇠를 속칭하게 됐지만,

자린고비 이야기를 가만히 읽어보면서

난 올여름에 만난 한 자산가가 떠올랐다.

 

그녀는 미혼이다.

환갑을 넘겼지만 우아하고 나름의 아우라가 넘친다.

그리고 그녀는 부자다. 아주 많이 부자다.

식상하지만, 줄줄이 형제 많은 집 끄트머리 즈음에 태어났으니 배움의 길이 녹록할 리 없었다.

상경해서 돈도 배움도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들이고 청춘을 다 걸어 

이내 다 얻었다 해야 하나..

사실 그녀의 과거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그리고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 

돈 많은 그녀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저 질문에 대답을 해줄 뿐

말로 가르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편안하다. 

 

그녀 집에는 에어컨이 없다 했다.

덜그럭거리는 선풍기와 플라스틱 부채 하나가 전부라 했다.

그리고 손수건...

 

무슨 말을 해야할까..

부자의 진심은 무엇일까...


그녀는 자린고비다.

듣는 이에 따라 만난 이에 따라 인색한 사람일 수도, 검소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사소한 것에 무게를 실어 중하게 대하는 

내가 아는 그녀는 우아한 자린고비다.

 

그래도 난 내년에도 에어컨을 켜게 될 것 같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