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이야기

땅이 허락하는 용서의 한계

한국인은 매일 밥을 먹는다.

많이 먹든 적게 먹든 한국인이라면 적어도 한 끼는 찾아서라도 밥을 먹으려 한다.

 

쌀 속에 뭐 대단한 것이 들어서 찾아서까지 먹으려 드는지 가만히 보면,

탄수화물과 그 외에도 몇 가지 화학 성분밖에 들어있지 않다.

딱히 특별함이 없어 보이는 밥, 바로 그  쌀에서 우리는 뭘 찾고 싶어 하는 걸까..

 

 

난 촌(村)에서 자랐다.

봄날에 볍씨를 뿌려 싹이 나고, 모가 자라면 논에 옮겨 심는다.

모는 자라 꽃이 피고 쌀이 된다. 

 

참 신기한 일이다.

 

땅 속에서 불가사의 한 작용이 일어나 쌀알을 성장시켜 벼로 만드는 모양이다.

감씨를 심으면 감나무가 생기고, 등나무 씨를 심으면 등나무가 생긴다.

즉, 모든 씨앗을 땅에 심으면 땅은 이를 싹트게 해 준다. 

 

땅은 언제나 같은 역할을 해왔다.

시대마다 시절마다 사람에 의해서 생김새가 달라지기는 해도, 땅은 늘 같았다.

 

가이아(Gaia)가  노(怒) 한 걸까.....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땅은 너무 버겁다.

제멋대로 갈라놓고 가격을 메기고, 제멋대로 파헤쳐서 철기둥을 박았다.

우리는 이 시대가 너무 버겁다. 

태초 이래로 변함없던 땅에게 우리는 너무 가혹하다.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왜 가슴 답답하고 눈앞이 캄캄한지 모두가 헤아리리라 생각이 든다.

지배자와 지배자 그리고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에서 피스며 다져진 땅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 피눈물로 감정 없이 딱딱한 땅으로 변했지 싶다.

언제까지 용서해 주려나...

 

지금 당장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도 그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또한 없다.

 

수천 년간 참아 쌓인 가이아의 용서가 한계에 다 달았다면

치졸하게 들리겠지만 이 시대는 아니기를...

땅을 향한 우리의 탐욕이 용서의 한계를 넘지 않기를...

 

진심 바라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