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 마른 몸집에 주근깨 가득한 얼굴 그리고 그위에 빨강머리....
떠오르는 대명사가 있다. 그런데
그냥 아주 그냥 말 그대로 이미지만 상상해보면,
완전 안 이쁘기는 하다.
빤히 아는 이름에 만화 속 이미지를 더하고 주제가를 얹으면 지금의 4~50대 여자들은
동시에 두 손을 모아 턱밑에 괴고는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였어~~~" 모두가 만화로 기억하는 빨강머리 앤
늙지도 않는 그 시절 꼬맹이는
나 어린 시절 수다 많은 동무 같더니,
나이 들어 다시 보니 산속 현인 같은 말을 늘어놓는다.
나만큼이나 별로인 외모에 열등감은 많아도 상상력과 긍정 에너지는 대 단 하 다 는 기억으로 남았는데,
요즘 보니 더 없는 철학자요 동기부여 가이며 (물론 허언끼도 좀 있다) 심리상담사다.
1908년에 출간되어 사실 이젠 세계적인 고전의 반열에 오른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명작 [그린 게이블의 앤]을
원작으로 지브리 스튜디오의 다카하다 이사오 감동이 만들어낸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
1986년 3월부터 6월까지 전 회차가 방영되면서 그시대 볼거리 찾아 심심하던
대한민국 어린 소녀들의 가슴에 그야말로
점을 찍었다.
그 이후로 어떤 예쁜 공주 언니들이 나와도 주근깨 앤을 이길 수 없었고,
금발을 휘날리며 노래를 해도 빨강머리 앤의 아우성에 범접할 수 없었다.
지금의 내 아이들과 함께 보면...
아이들은 시큰둥하다. 슬쩍 눈치 보며, "어때? 재밌지?"
"진짜 재밌는 거야?" 돌아오는 반문이다. (사실 나도 그때만큼 재밌지는 않다)
이상하다... 진심 지금까지 앤이 주는 설렘이 이 가슴에 남아있는데, 왜 재미없지?
까먹었다.
설렘은 머릿속 뇌가 아니라 가슴속 추억에 있다는 것을
자꾸 까먹는다.
앤은 안 늙어도, 나는 매일 늙어지고 있다는 것을
너무 당연해서 자꾸만 놓친다.
그런데 이 밤에 문득 마음이 그렇다.
젊음을 삶의 맨 마지막에 놓을 수 있다면.....
영원히 늙지 않는 그린 게이블의 빨강머리 소녀처럼...
상상정도는 괜찮지 않은가..
돈드는것도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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