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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그시절 '빈센조'였다구!!!

이것저것 남은 반찬을 커다란 대접에 때려 넣고 밥과 비벼 늦은 점심을 먹는 날은

식탁은커녕 맨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한 숟가락을 떠 넣으며 심드렁하게 습관처럼 리모컨을 움직이다 문득 눈이 멈춘다.

 

반가움...

 

드라마 '전원일기'다.   

 

내 아이들은 조잡한 화질에 화가 난다며 방으로 들어가는 귀에 대고

"이 드라마가 그 시절 시청률이 지금 빈센조다!!, 이 드라마가 국민 드라마였다구..."

 

"헐.. 엄마!!!!!!!"

"갓 중기님이라고!!!!!

진저리를 치며 들어간다 자기 방으로...

허기사 내가 봐도 화질은... 아무리 미화해도 수습할 수가 없기는 하다  ㅋㅋ

 

마을 어귀부터 동네 뒷산까지 촌부들이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던 시절.

누구 한 사람 쉴 새 없이 허겁지겁 바쁘기만 했던 그 시절을 고스란히 아는 세대는 우리를 마지막으로

조잡한 화질의 역사가 된다.

 

 

한 드라마를 22년을 한결같이 제작한 사람들과

한 드라마를 22년간 사랑 담아 시청했던 사람들,

 

그 시절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소중한 볼거리였고

이제야 참말로 대단들 했다 싶은 마음에 박수를 ㅣ친다.

 

 

 

 

매일매일 업로드되는 새로운 정보와 유희들에 익숙한 청춘들에게는 

개성 없는 촌부들의 일상은 드라마로는 지루함의 완전체 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왜 나는  짜증 나도록 길기만 한 광고시간을 견디며 다음 회를 기다리고 있을까

     .

     .

  계속 기다린다 

     .

     .

어처구니없게 가부장적인 목소리로 안방에서 담배 피우는 아버지들의 이야기와

글을 몰라 집배원에게 편지를 읽어 달라 부탁하고

중독되는지도 모르고 농약을 뿌리며 밭일하는 어머니들 이야기,

달이 떠야 끝이 나는 매일의 노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 투박한 이야기들을 보고 또 본다. 

 

 

울 아빠의 엄지 손가락은 휘어졌다.  '퇴행성 관절염'이란다.

 

집에 가거든,

엄마, 아빠 손가락에 눈길을 옮겨보기를..

 

사랑하는 내 사람들을 보호하고 도와주고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살기 위한 

그 평범한 가치를 위해 온전히 내어준 모습을 하고 있을 테니..

 

<나를 지킨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