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좋은 6월 어느 날,
무작정 집을 나서고 싶다는 엄마.
"아빠는 이제 긴 운전은 못한다~~" -----> '그러니 당장 운전대를 잡고 내 앞에 대령하도록!!! ' 이 말이다.
자고 싶다.......
일요일 아침은 늘 늘어지게 자고 싶다는 ㅜㅜ
새벽같이 출발해야 여행의 참맛이라는 노부부와의 하루 여행을 시작하며 "효도"라는 띠를 머리에 두른다.
한참을 내달려, 이제는 시들해졌지만 여전히 흐드러진 마가렛을 보니 제법 집 나온 실감이 나지만,
그새 시간이 이리도 많이 흐른 건가.. 며칠 전에도 이쁘다~~ 했던 모양새가 제법 힘을 잃어간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못하는 시절이 참 길게도 간다.
낯설어도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은 늘 에너지가 느껴지는데, 이젠 어딜 가도 그런 느낌은 쉽지가 않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떠오르는 두 개의 삐죽한 기둥... 굴뚝도 아닌 것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 모티브가 뭔지 이유가 궁금한 건축물이다.
두 기둥 사이로 야무지게 매달린 7개의 종들.. 매 정각마다 울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머물던 시간에는
매 정각에 이쁜 소리로 존재감을 알리고...
미사를 마치고 나오니 갤러리 같은 후문이 각 잡고 일렬로 주르륵~~~
안정과 휴식을 통해 평화로움을 느껴 친숙한 공간으로 자리 잡아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도록 하는 일은
비단 상업성을 띠는 사업에만 국한되지는 않는 것 같다.
어떠한 종교가 되었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대의 인류에게 살아서 혹은 죽은 후에도 지속하고 싶은 평화로움을
공유하고자 하는 선한 출발일 테니... 그리고 영향력 또한 막강하다.
나도 그런 거 좋아한다.
그런데, 난 오늘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당대의 생경함을 넘어 거대한 이슈로 그리고 시간을 거듭하며 거룩한 각자의 믿음과 지혜와 사랑을 가진
많은 현자로부터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전해지기까지의 그 위대함은 무엇이었을까 싶은 생각.
고속도로 갓길에, 주차장 모퉁이에, 엄마의 작은 정원에 꽃대가 찢어지게 피어대던 마가렛 꽃 같은 사소한 위대함부터
누군가를 대신한 숭고한 위대함에 이르기까지 예를 들자면 장황한데...
그 모든 위대함에 쉽게 감동하고, 쉽게 지루해하는 나를 보게 된다.
왜지......
늙어져서 그런가... 이렇게 둔하고 멍한 나에게
누군가 말한다.
어떠한 위대함도 습관이 되고 형식의 틀 안에 갇히면 그저 규율이 된다고..
그저 지켜야만 하는 딱 그만큼의 크기에서 성장하지 못한다고 머무른다고..
정답이 있겠나. 하지만
세상 소소한 일상에 묻혀 허우적거리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소심해 잘 들리지는 않겠지만, 나름의 저항 섞인 목소리로 질문할 용기를 가질 때
비로소 진정 눈물 줄줄 흐르는 위대함을 공감하고 조금은 아주 조금은 성장하고 싶다.
혼자가 아닌 더불어 그러고 싶다.
때로는 효도를 핑계 삼아서라도 집을 나설 위대한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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